희망은 기차를 타고 안내인과 함께 안전 가옥으로 왔다. 동생들은 그를 반겼고, 부모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들이 만들었다고 한 음식은 그들이 한 흔적이 없었다. 냉장고 안에 재료 하나 없는데 어떻게 스튜를 만들었겠는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하지만 희망은 맛있다며 먹었다. 그중에는 동생들이 만든 걸로 보이는 것들이 섞여 있었으니까. 오랜만...
구조된 희망은 몇 시간 되지 않아 숙소로 돌아갔다. 그의 의지였다. 더는 병원에 있기 싫었다. 이번 학기에 들어서 병원 신세를 진 게 꽤 오래되었다. 지겨웠다. 희망은 자유롭게 쉬고 싶었다. 갇혀 있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한쪽이 전부 뚫린 곳에서, 밖을 보며 쉬고 싶었다. 희망은 너른 창틀에 누워 밖을 보고 있었다. 사방이 막혀 있는 공간 속에서 그는 자...
아래쪽부터 작은 진동이 느껴졌다. 생경했다. 원래 이게 이런 느낌이었던가. 손이 벌벌 떨렸다. 이 진동은 그의 몸이 힘들어서 내는, 기력 부족으로 인한 게 아니었다. 내부에서부터 울리는 진동이 전해진 것이었다. 시작된 떨림은 전신으로 퍼져나갔고, 아주 적은 진동이 느껴졌다. 희망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좋기도 했고, 기분이 나쁘기도 했다. 상황이 좀 더 나아...
사람에 따라 혐오스러울 수 있는 비유(벌레)가 등장합니다. 이 점 유의 부탁 드립니다. 분노로 가려져 있던 고통이 금방 눈을 떴다. 사방이 흙과 섞인 콘크리트로 막힌 장소엔 열기가 가득했다. 숨이 막혀왔다. 등을 타고 올라오는 통증에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희망은 벽을 탁탁 내리쳤다. 그렇다고 벽이 무너지거나, 땅이 솟구치는 일은 없었다. 희망에게...
믿지 않았던 눈을 열고 굳게 닫았던 마음을 열고 그렇게 이어진 끈을, 사실 넌 그다지 가치 있게 여기지 않는다는 걸. 그걸 알게 되어버렸다. 하늘의 무지개처럼 다양한 빛깔로 물들여졌던 너와 내 이야기에서 나는 더 이상 색을 잇지 않기로 했다. 나는 잃었고 너도 잃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끝나는 게 맞으니까. 하늘의 무지개가 잘려있다. 이제 저것은, 더는 이어지...
강의실에 도착해 짐을 내려놓았다. 희망은 공책을 펼쳤다. 강의가 시작되었지만 듣지 않으니 상관 없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연필을 잡으니 감회가 새롭긴 했다. 그가 공책 위에 적을 건 강의 내용이 아니었다. 먼저 그는 이름 하나를 적었다. 전 희망. 자신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생각나는 이름들을 전부 적었다. 네피, 안 부소, 듄넵, 톰 페르, 주송, 하연. 환...
오래 기절하진 않았다. 희망이 눈을 떴을 땐 저번과 달랐다. 뜰 때마다 수일, 수 시간이 지났던 것과 달리 이번엔 고작 한 시간 정도였다. 같은 날. 저녁놀이 지는 시간이 되었다. 희망은 보건실에 누워 있었다. 창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낮과 달리 조금 식어 있었다. 아직 완연한 여름은 아니었다. 조금 으슬으슬한 기분에 이불을 끌어올렸다. 주송이 힘을 써...
반응이 느려 한 번 더 발을 굴렀다. 낡아빠진 나무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조금 부서졌다. 그 사이에 그를 둘러싼 무색의 벽들은 더 가까워졌고, 희망보다 큰 의자가 벽과 끼어 부서지기 시작했다. 나뭇결이 찢어지고, 가시가 튀어나왔다. 희망은 더 구겨졌다. 이제 가시도 그의 눈앞까지 다가왔다. 조금만 더 좁아지면 가시와 하나가 되어 뭉개질 것이다. 그 전에 ...
"희망아!"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채, 주송은 소리쳤다. 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주송은 다시 한번 소리쳤다. "전 희망!" 전 희망이 사라졌다. 주송은 그가 사라진 자리에서 황망하게 그를 불렀다. 그러나 아무리 불러도,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짜증이 나서라도 소리에 답할 사람이었다. 하지만 들려오지 않았다. 주송이 이토록 동요하는 건 모두가 처음 ...
희망은 자기 책상에 엎드린 채 밖을 보았다. 점점 지면이 달궈져 약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정도가 되었다. 시간이 그리 오래 흐른 것도 아닌데. 강의실 안에는 쉴 새 없이 선풍기가 돌았고, 다들 더위에 죽는 소리를 냈다. 그들의 시선 안엔 희망이 없었다. 첫날에 비해 대부분에게서 희망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들었다. 원래 순간적인 가십이란 게 그랬다. 폭발했다가...
건물 뒤쪽으로는 좁은 길이 있었다. 화단 위를 밟기도 하는 길이라 희망은 조심해서 걸었다. 담배는 물지 않았다. 어제 그렇게 들어간 후 주송이 정리해뒀는지 가방 안에 담배가 들어 있었다. 그 때문이었다. 지금 담배를 피우면 주송의 얼굴만 떠오를 것 같았다. 지금은 그 자식을 생각하기 싫었다. 대신 희망은 환을 어떻게 할까 고민 중이었다. 환의 생일에 대학 ...
자해에 대한 묘사가 있습니다. 감상 전 유의 부탁드립니다. 희망이 퇴원한 건 그로부터 이 주가 더 지나서였다. 삼월이 지나고, 사월이 찾아왔다. 날은 따뜻해져 이제 코트는 입지 않아도 된단 이야기도 들었다. 희망은 벌써부터 가기 싫어 미칠 노릇이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런 수모를 겪었으니, 그들이 어떤 말을 했을진 뻔했다. 게다가 아무리 신뢰를 배신했다...
글을 쓰고, 생활툰을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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